지난 7월, 체코 원전에 대한 글을 작성하면서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의 소송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소송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겠다.
2022년 10월 21일,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DC 지방법원에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의 핵심은 한수원이 표준 원전 모델인 APR1400에 사용한 기술이 수출 사전 승인 대상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요청하는 것이다.
미국 연방규정에 따르면, 특정 원전 기술을 외국에 이전할 경우에는 에너지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미국 기업의 기술을 이전 받은 외국 기업이 다른 외국에 이전할 때도 에너지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규정은 기술의 안전성과 관리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형 원전 표준 모델인 APR1400의 설계 기술은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한국은 1987년에 웨스팅하우스에 4천만 달러를 지급하고 기술 이전을 받았으며, 1997년 6월에는 추가로 3천만 달러를 지불하고 웨스팅하우스의 라이선스가 포함된 한국 원전 APR1400을 제3국에 판매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은 맞지만, 한국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권리를 완전히 양도받은 상태이다. 특히, 해당 기술은 2007년 6월에 웨스팅하우스의 특허권과 소유권이 종료되어 현재는 한국으로 완전히 소유권이 이전된 상황이다.
이와 같은 배경을 고려할 때,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은 기술 이전과 관련된 복잡한 법적 쟁점을 담고 있으며, 향후 이 사건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전 기술 수출에 대한 규정이 최근 완화되었다. 미국은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사전 승인이 아니라 사후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조건은 1)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국가, 2)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국가에 해당한다.
폴란드는 나토 군으로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였고, 핵확산금지조약에도 가입되어 있어 사전 승인 없이 원전 기술 수출이 가능한 나라로 분류된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법원에 사전 승인 대상 여부를 묻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는 단순한 소송이 아닌 폴란드에 대한 압박의 목적이었음이 드러났다.
합리적으로 보면 한국이 유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이 소송을 제기하자 폴란드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웨스팅하우스는 최근 원전 건설 실적이 없고, 경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건설 단가도 높아 한국이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워싱턴 DC에서 폴란드 부총리와 기후환경부 장관이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폴란드 부총리는 "폴란드의 전체적인 안보 구조를 볼 때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발언하였다. 결국 폴란드 원전 사업은 웨스팅하우스와 한국 간의 반띵으로 정리되었다.
웨스팅하우스가 1차 정부 발주분을 가져가고, 한국이 2차 민간 발주분을 가져가는 구조가 되었다. 미국은 즉시 발주하는 1차 정부 발주분을 확보하였고, 한국은 2차 민간 발주분을 일종의 어음 형태로 받게 되었다.
미국 정부가 폴란드 원전 사업에 개입한 이유는 단순히 웨스팅하우스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은 2022년 1월 이집트의 엘다바 원전 수주에 성공하였고, 이 사업은 러시아 국영원전기업인 로사톰의 자회사인 JSC ASE가 전체 사업권을 따낸 것이다.
한수원은 이 사업에서 러시아의 하청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이는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요소가 되었다. 러시아와 한국의 원전 건설 협업이 신경을 건드린 데다, 이집트가 핵무기 개발 위험국이라는 점이 더욱 문제로 부각되었다.
지금까지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웨스팅하우스와 협업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이제 러시아가 한국의 원전 파트너로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원전 사업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IAEA 추가의정서에는 '원전 수출을 위한 조건으로, 수입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에 가입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한국이 핵물질 감시를 받지 않는 국가, 즉 핵무기 전용 우려가 있는 국가에는 원전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가입국은 140개국에 이르지만, 이집트는 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미가입국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핵무기 개발 우려가 있는 이집트의 '핵 관련 사업'에 입찰하기 전에 미국 에너지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수원은 이와 관련해 "터빈 아일랜드(Turbine Island)는 승인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어 신고 없이 수출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는 원전의 격납용기가 아닌 2차 계통이라고 불리는 부속시설을 수주받은 것으로, 승인을 받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사안은 국제적인 원자력 안전과 관련하여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향후 한국의 원전 수출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수원이 원전 사업을 진행하면서, 격납용기 내부의 1차 계통인지, 2차 계통의 부속시설을 포함하는지 여부에 대해 미국과의 사전 논의 없이 단독으로 판단하여 수주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의 한국 원전 사업에 대한 태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수원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입찰 신고는 미국 에너지부(DOE)에 의해 반려되었다. 이 사건은 원전 사업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의 수력원자력에 대해 수출신고서는 미국 기업이 제출해야 한다고 명확히 답변하였다. 그동안 웨스팅하우스와 공동으로 수출을 진행해왔던 한국은 체코 원전 사업에 대해 단독 입찰을 감행하면서 신고를 직접 진행한 상황이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미국 컬럼비아특별구 연방 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소송은 미국 법원에 의해 각하되었다. 법원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판결을 내리지 않고,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원자력 에너지법에 따르면, 해당 사안은 미 국무부 장관의 권한에 속하므로,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결국 미 국무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웨스팅하우스가 체코의 원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중간에 탈락함으로써 한국과 프랑스 간의 양자 대결로 남게 되었다.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한 상황에서도 한국이 수주에 성공할 경우, 지적재산권 소송을 통해 체코 원전 사업에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체코 원전 사업이 내포하고 있는 잠재적 위험을 드러낸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1978년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40년간 실질적인 원전 건설 실적이 없는 회사라는 점에서, 이들의 향후 행보는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소송 문제는 한국 원전 수출에 있어 중요한 이슈로 남아있다. 이 소송의 본질은 한수원의 원전 수주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웨스팅하우스가 일정 부분 참여하여 수익을 나눌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결국 이 문제는 돈과 관련된 사안이며,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다.
UAE 원전 프로젝트와 유사하게, 웨스팅하우스에 기술 자문료 등을 지급하고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의 원전 수출에서 강대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부분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익 분배 비율이 정해지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1월 16일 속보가 나왔다. 한수원과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 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고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는 내용이다. 다만, 합의의 구체적인 사항은 CA(상호 비밀유지 약속)에 의해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팀을 구성하여 진출하고, 기타 지역에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발표는 CA의 존재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동 진출이 이루어질 경우 매출은 증가하겠지만, 순이익률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결국, EU 원전 건설에 관한 협의는 한미 공동 참여로 타결된 것으로 보인다. 비밀유지협약이 있어 상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양측이 너무 극단적이지 않게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이 이루어졌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협력이 향후 원전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