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바 있다. 이번에는 양자통신, 즉 양자네트워크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양자통신은 정보 전송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며, 보안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양자역학에서 '양자(quantum)'라는 용어는 연속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전자의 이동 과정을 살펴보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전자가 A라는 궤도에서 에너지를 방출하고 B라는 궤도로 이동할 때, 그 과정이 시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전자는 A 궤도에서 사라져 바로 B 궤도에 나타나는 방식으로 이동한다. 이는 연속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과 2 사이에 1.1, 1.4 같은 값이 존재하지 않고, 1에서 바로 2로 넘어가는 것이 양자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원자는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가 돌고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에는 원자핵을 중심에 두고 전자가 회전하는 모습이 교과서에서 일반적으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전자 이동의 특성은 양자역학의 독특한 세계를 잘 보여준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공전하는 것과 원자핵 주위를 전자가 도는 모습을 유사하게 비유할 수 있다.
현재는 촬영 기술이 크게 발전하여 원자핵 주위를 전자가 도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전자가 단순히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안개처럼 퍼져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기초는 양자역학의 두 가지 주요 이론인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과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다.
특히, 양자 중첩은 양자가 동시에 여러 가지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원리를 설명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와는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양자 중첩의 구체적인 사례와 양자컴퓨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에 작성한 블로그 포스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추가적인 설명은 생략하겠다.
오늘 다룰 내용은 양자 얽힘에 관한 것이다. 양자 얽힘은 서로 얽혀 있는 두 입자가 먼 거리에 있어도 한 입자에서 발생하는 변화가 다른 입자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입자 사이에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에게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삼체'라는 작품이 방송되기도 했다. 이처럼 양자 얽힘은 현대 과학에서 흥미로운 주제가 되고 있다.
삼체에서는 지구에서 약 4광년 떨어진 외계 생명체와 인간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4광년이라는 거리는 빛이 4년 동안 이동해야 도달할 수 있는 먼 거리이기 때문에, 빛의 속도로 통신을 하더라도 동일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설정은 인간과 외계 생명체 간의 소통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22. 4광년이라는 먼 거리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일론 머스크가 목표로 하는 화성 역시 통신이 도달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23. 지구와 화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기 때문에, 두 행성의 거리도 변화한다.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울 때는 약 5400만 킬로미터, 가장 멀 때는 4억 킬로미터에 이른다.
24. 이러한 우주 탐사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마션'이다. 이 영화는 화성에서 조난당한 우주 비행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지구와 화성 간의 신호 송수신에는 최소 6분에서 최대 44분이 소요된다. 이러한 시간 지연을 고려할 때, 4광년이라는 거리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양자 통신' 덕분이다. 현재 양자 통신은 이론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는 '양자암호통신'으로, 이 기술은 양자암호를 활용해 정보의 보안성을 크게 높여준다. 두 번째는 '양자 전송'으로, 이는 양자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양자 네트워크'는 여러 지점을 그물망처럼 연결하여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이다.
현재 중국이 가장 앞서가고 있는 분야는 양자암호통신이다. 일반적인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메시지를 보낼 때, 중계기를 통해 신호가 전송된다. 이 중계기는 신호를 읽고 증폭하며 오류를 수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누군가 개입하게 되면 도청이나 암호 해독이 가능하다.
반면, 양자 메시지는 이러한 해킹이 불가능하다. 양자 메시지는 양자 얽힘 상태로 전송되기 때문에, 누군가 메시지를 건드리면 얽힘이 풀려버린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암호 해독이나 도청이 불가능한 정보를 전송하는 기술을 '양자 키 분배기술'이라고 한다.
중국은 2016년 세계 최초의 양자 통신위성인 '묵자'를 통해 2,600km 거리에서 무선으로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보안성이 중요한 정보 통신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 통신이 상용화된다면, 우리 생활 속에서도 더욱 안전한 정보 전송이 가능해질 것이다.
2021년,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유선망을 구축하여 유선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했다. 이는 유무선 양자암호통신 모두를 달성한 국가로서 주목받고 있다.
2022년 5월 17일에는 중국의 통신회사인 차이나 텔레콤이 양자암호통신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천익1호(Tianyi No.1 2022)를 공개했다. 이는 양자통신 기술의 상용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천익1호는 양자 암호화 모듈과 전용 SIM 카드를 장착하여 양자 얽힘 상태를 활용한 양자 암호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이 기술의 업그레이드 버전은 중국 군부의 수뇌부들에게 보안 전화로 제공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중국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되는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양자 기술에 1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특히 2025년에는 양자 통신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발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5년 내 글로벌 양자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보다 2년 늦은 2018년, 미국의 퀀텀 엑스체인은 워싱턴, 뉴저지, 뉴욕, 보스턴을 연결하는 800km의 양자 암호 통신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유럽연합(EU)도 2018년부터 10년간 10억 유로, 즉 약 1.5조 원을 투자하여 유럽의 주요 지역에 양자 암호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EU는 스페인의 정지궤도 위성 탑재체 개발에 1억 400만 유로를 지원하였다.
위성 제조업체인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와 통신 사업자인 히스파샛이 진행하는 위성은 정지궤도에서 작동하는 최초의 양자 키 분배 시스템(QKD-GEO)을 탑재할 예정이다. 양자 키 분배는 도청 불가능한 암호화 키를 생성하는 기술로, 암호화 키를 가로채려 할 경우 얽힘이 풀리면서 키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기존 양자 키 분배는 지상의 광섬유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위성을 이용함으로써 대륙 간 통신이 가능해진다. 저궤도(LEO) 양자 통신 위성 개발에 있어 중국이 앞서고 있지만, EU가 진행 중인 정지궤도(GEO) 위성은 추가적인 장점을 가지게 된다.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 상공 3만 6000km에 위치하여 지구와 동일한 속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바라보면 고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특정 지역 내에서는 지속적인 통신이 가능하다. 반면 저궤도(LEO) 위성은 지역 커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위성이 해당 지역을 지나가야 하며, 위성 간의 연결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앞으로의 통신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는 중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양자 전송과 네트워크 기술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하버드대학교와 아마존의 공동 연구팀은 보스턴과 케임브리지 간에 35km 길이의 광섬유를 통해 양자 정보를 성공적으로 전송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연구팀은 그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에 공개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양자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의 통신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가 관측될 때 상태가 변하는 성질을 활용하여 정보 보안을 강화하는 기술이다. 반면, 양자정보 전송은 양자 상태인 큐비트를 직접 전송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양자정보 전송이 가능해지면, 양자 컴퓨터 간의 데이터 전송도 가능해진다. 이는 결국 양자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는 '양자 인터넷'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예산안에 '국가 양자 인터넷'을 반영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5년 1월 8일,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양자 컴퓨터에 관한 질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가 3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로 인해 양자 컴퓨터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말보다 행동을 통해 진정성을 판단해야 한다.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는 2025년 3월 16일부터 3월 20일까지 GTC 2025라는 기술 콘퍼런스를 개최한다고 발표하였다. GTC는 젠슨 황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기술 행사로, 이번 GTC 2025에서는 양자 컴퓨터 관련 주요 인사들을 거의 모두 초대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GTC 2025는 양자 컴퓨터가 주인공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양자 기술의 발전과 이를 통한 혁신이 기대되는 가운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자 인터넷의 가능성과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는 앞으로의 기술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양자 컴퓨터와 양자 통신이 기존 컴퓨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젠슨 황 CEO는 양자 컴퓨터 기술과 고전 컴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기업 최고 경영진의 발언은 그들이 의도하는 바가 담겨 있기 때문에, 단순히 문구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젠슨 황의 여러 발언 역시 표면적인 의미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전략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양자 통신의 상용화 속도가 양자 컴퓨터보다 빠르지만, 양자 통신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어 결국 승부는 양자 컴퓨터에서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엔비디아의 행보와 전략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양자 기술의 발전이 향후 컴퓨터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